우선 필자는 버클리 음대가 모교이기에 이 질문을 수없이 들어왔다. 그래서 언제 가는 글로 한번 정리했으면 했다. 그 언젠가가 바로 지금이다.
버클리 음대는 명문인가?
이 질문에 앞서 버클리 음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하자면. 버클리 음악대학교. 영어로는 Berklee College of Music이고, 1945년에 설립된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에 위치한 *컨템프로리 음악 대학교이다.
(*컨템프로리를 번역하자면 현대.대중음악 정도가 되겠다. 한국에서는 실용음악이라고 하는데 필자는 이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음대를 명문대냐 아니냐를 나누는 기준은 그 학교의 역사, 철학, 교육 환경, 교수진 등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버클리 음대의 교육을 받고 거쳐간 수많은 졸업생들 중에 위대한 음악가들을 얼마나 학교가 배출했냐가 가장 큰 기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말인 즋은 학교의 커리큘럼 및 교육이 훌륭해서라는 말도 되니까 말이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이자 모든 뮤지션들이 영예롭게 생각하는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서 현재까지 170명의 버클리 음대 출신 뮤지션들이 총 311개의 그래미상을 받았고, 108개의 라틴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참고로 에미상 수상자는 25명, 토니상 수상자는 5명, 새턴상 수상자는 1명, 아카데미상 수상자는 5명이다.) 사실 이런 어마어마한 기록은 전 세계 어느 대학교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 외에도 버클리 음대의 음악 시설, 악기 및 장비들은 세계 최고 수준에 최대 규모이다. 보스턴 캠퍼스에는 25개의 빌딩이 있고, 그곳에는 40개의 프로페셔널 레코딩 스튜디오, 5개의 영화음악 녹음실, 9개의 일렉트로닉 뮤직 관련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1227명이 들어가는 공연장인 '버클리 퍼포먼스 센터'와 수많은 소규모 공연장들이 학교에 즐비하며 모든 공연은 다 녹화 되어 기록에 남는다.
라이브러리에는 각종 음악 관련 서적 DVD, CD 등 방대한 음악 관련 자료들이 있다. 필자가 버클리 음대 입학할 때 나눠준 맥북 컴퓨터에는 값비싼 음악 프로그램들을 무료로 넣어서 주었고, 그 프로그램들을 익히고 사용해서 학교 수업 및 모든 교육을 했다. (물론 랩탑가격은 학비에 포함되어 있다. 시중가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그러나 랩탑 안에 유료 프로그램들이 모두 무료라는 것은 굉장히 큰 혜택이었다.)
참고로 클래식 음대 중 가장 유명한, 한국에서는 ‘줄리아드 음대’라고 불리는 ‘The Juilliard School’의 경우, 학사.석사 과정 학생의 수가 모두 합쳐도 800명 가량인데, 버클리 음악 대학교의 학부 학생 수가 6,000명, 교수진 수가 500명이라는 숫자만 봐도 음악 대학으로서 얼마나 큰 학교인지 알 수 있다.
학사과정은 12개의 음악 전공과 26개의 부전공이 있고, 석사과정은 6개의 전공이 있다. 캠퍼스는 보스턴 캠퍼스 외에도 뉴욕 맨해튼 캠퍼스의 ‘파워 스테이션’을 비롯. 해외에는 스페인의 버클리 ‘발렌시아 캠퍼스’가 있어 희망자의 경우, 특정 과목은 스페인에 가서 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2015년에는 1867년에 설립된 오랜 역사와 전통의 ‘보스턴 컨서버토리’도 인수하여 학교의 규모를 넓혔다.
<버클리 음대의 12개 음악 전공 과목: 학사과정>
1. Contemporary Writing & Production : 학교 내에서는 CWP라고 불리는 과로 다양한 현대음악, 광고음악 작곡 및 음악 프로덕션을 공부한다.
2. Electronic Production & Design : 사운드 디자인, 전자음악 등을 공부한다.
3. Music Production & Engineering : 교내에서는 MP&E라고 불리며 녹음, 믹싱, 마스터링 등 음악 프로덕션과 엔지니어링에 관한 공부를 한다.
4. Film Scoring: 영화음악 작곡에 대한 공부 한다.
5. Songwriting: 현대음악을 주제로 싱어송라이터로서 노래와 작곡을 공부한다.
6. Composition: 오케스트라 및 클래식 음악 위주의 작곡법을 공부한다.
7. Jazz Composition: 재즈 음악에 관련된 작곡법을 공부한다.
8. Performance: 연주 전공과로 자신의 전공 악기로 연주를 하는 연주자 공부를 한다.
9. Music Business & Management: 현대음악산업의 전반적인 음악비즈니스와 메니지먼트 관련 공부를 한다.
10. Music Therapy: 음악치료에 관한 공부를 한다.
11. Music Education: 음악교육학과로 음악교육에 필요한 공부를 한다.
12. Professional Music: 버클리에만 있는 재밌는 학과로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전공수업을 이것 저것 조금씩 섞어서 들을수있다.
UC 버클리와는 무슨 관계?
사실 이 질문이 제일 당황스러운 질문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런 관계도 없다. 심지어 철자마저 다르다. Berklee(동부) vs Berkeley(서부). 한글로 쓰면서 ‘버클리’라고 같아져서 아마도 더 헛갈렸나 보다.
U.C. Berkeley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의 버클리 캠퍼스로 노벨상 수상자들을 110명이나 배출하였으며, 경영학, 경제학, 컴퓨터 사이언스, 사회학 등 거의 모든 전공이 최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명문 종합대학교이다. 비교 대상이 아닌 전혀 다른 필드란 말이다. 그럼에도 아주 가끔가다 “UC 버클리는 명문이고, 버클리 음대는 명문이 아니다.”라는 어이없는 논리로 흘러가는 경우를 봐서 예를 들어 보겠다.
서울대학교와 서울예술대학교는 두 글자 빼고는 이름이 비슷하지만 전혀 관련이 없는 대학교이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스마트한 사람이라도 음악적인 재능과 목표가 없으면 서울예술대학교에 갈 이유도 없고 입학도 안될 것이다. 반대로 대중음악을 하고 싶은 뮤지션 입장에서는 서울대학교에서는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가 없다.
결론
음악을 공부하고 탐구하는 뮤지션들에게 버클리 음대는 분명 세계 최고 수준의 음악 커리큘럼과 교수진, 시설을 갖춘 역사가 있는 명문 대학교다. 그러나, 버클리 음대를 나왔다고 해서 모두 훌륭한 뮤지션이라고는 단정 할 수 없고, 수준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 본질은 학교가 아니라 음악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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